2024년 10월 6일 일요일 일기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일기

2024. 10. 6.

나는 평소에 생각이 많다. 어디에서 누가 생각이 많다는건 정리가 안되서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기를 작성하면서 내 생각도 정리해보고 뭐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아졌는지.. 확인도 해보자.

 

지금부터 앞으로 이 블로그에 작성하는 일기는 공개하려고 한다. 평범한 일개 타일하는 사람의 일기를 누가 볼까 싶지만 혹시나 보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나 재미를 가져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를 이렇게 드러내는 연습도 할겸.

 

자기계발 영상이나 책들을 보면 항상 하는 말들이 있다. 원하는 것을 목표로 잡되 크게 잡고 시각화, 현실화 해라. 눈에 잘 보이게 하고 매일 봐라. 그리고 그것들을 위한 일들을 매일 해라.

 

말 자체는 쉽다. 이해도 쉽다. 그러나 행동이 어렵다. 분명 나는 성공할 수 있는 공식들을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성공의 기준에 따라 누군가한테는 내 삶이 성공적인 삶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아닌 것 같다.

 

좀 더 안락한 공간과 좀 더 편리한 이동수단 그리고 좀 더 많은 수입이 나에게 필요하다. 꿈을 크게 꾸라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어설프게 답은 하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원하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는 하고싶은게 없다.

 

 

잘 다니던 웹 사이트 개발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이 커져서 도망치듯 퇴사하고, 도피한곳이 바로 아버지가 있는 타일 현장이었다. 물론 아버지와 같이 일하지는 않지만(아버지가 소개시켜준 사장님 밑으로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 어쨋든 직군을 바꾼 것이다. 그것도 하루종일 앉아있던 사무직에서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는 현장직으로.

 

죽여줘!!

 

초반에는 몸이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는 몸이 힘들었고 지금은 몸이 힘들다. 안 힘든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일을 하다보니 '야리끼리'라 표현하는 일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장의 일을 일찍 끝내고 끝나는 대로 퇴근하는 기분 좋은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기분이 좋았던 건 해가 길었던 계절에 시작한 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퇴근하고 나서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잦은 야근 때문에 퇴근하면 하늘이 깜깜했던 적이 많았다. 게다가 출퇴근 거리도 왕복 40km 넘는 거리를 매일 자차로 왔다 갔다 하니 고정적으로 내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물론 핑계다. 시간이야 만들면 된다는 걸 알았지만, 잠을 줄이던가 해서 시간을 만들면서까지 하고싶은게 더 없었다.

 

지금 일기를 쓰면서 다시 그 시절을 생각해보니 잠을 줄여가면서 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내 티스토리 블로그 스킨을 가꾸어 갔던 것.

왜 그렇게 까지 했나 생각해보니 내가 만든 컨텐츠들을 좀 더 이쁘고 가독성 좋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전 회사를 입사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이전 회사에서 주로 했던 일이 아니라 입사 당시 했던 일이다. 

 

웹 사이트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페이지 레이아웃과 디자인이 선행되야 한다. 물론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적절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입사 당시에는 할 줄 아는게 없던 학부생이었으니까 회사에서는 과제를 줬었다. 바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사이트를 선택해서 해당 사이트를 똑같이 디자인 해보는 것. 물론 개발자 도구 열어보기 하지 않고!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개발자 도구'를 열어보는게 일반인들에게도 대중화 되어 있을지 몰라도 그 때 당시에는 웹 브라우저에서 우클릭을 해서 사용하는 기능은 '새탭으로 열기'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과제를 할 때 나는 즐거웠다. 물론 마감 기한이 있어서 그에 맞추려고 스스로도 마음에 완벽히 들게끔 작업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완벽한 소포트웨어도 없고 자기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결과물도 거의 없다. 그게 최선이었다.

 

제출한 결과물을 전직원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다같이 리뷰하는데 대표님이 눌러보라고 하는 것마다 이상하게 동작한다. 식은땀이 뻘뻘 나고 겨드랑이에서 눈치없이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왕좌왕 숨막히는 과제 리뷰가 끝나고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생각이 많아서 정리하려 일기를 썼다. 근데 생각도 많고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 가다보니 나는. 그동안 내 이야기를 할 대상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일기로라도 써내려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상세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사실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