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했습니다.
2024. 2. 5.
2024년 1월 31일 퇴사했습니다.
대학교 학부생 때 현장실습으로 처음 맺어진 인연이 오늘 끝났습니다.
현장 실습이 끝난 후에는 학생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녔었습니다.
학생연구원이 끝난 후에는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녔고,
오늘 대리라는 이름으로 퇴사했습니다.
입사년도 기준으로 5년차이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있어서인지 그 때 부터 계셨던 임원분들과는 거의 7년차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원도 많지 않았던 회사였지만 다같이 열심히 일당백을 하여 어느새 인원이 2배가 되었습니다.
회사는 매출도 점점 커지고 급여도 커지고 복지도 늘어갔으며 각자가 맡은 업무 범위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저는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사수가 퇴사를 해서 운이 좋게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많이 느꼈고 윗분들에게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변분들에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퇴사하게 된 동기나 이유
우선 일당백을 하는 회사이다 보니까 많이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업무부담이 있는 편입니다. Full stack 개발자를 추구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회사의 신뢰를 얻으면 서버 관리까지 맡게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흐름과 개발 과정 및 배포 과정을 전부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잦은 야근과 업무 강도가 지속되다보니 연차가 쌓일수록 지쳐갔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7월에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감정이 많이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옆에서 누군가의 감정이 무너져 내리는걸 보는게 꽤나 힘든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돌이켜 봤을 때 남자친구로써 더 든든하게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 있어줄 수 있었고 힘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상하게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나에게 맞는 일일까?..
나는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걸까?.. 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퇴사를 고민했던 기간
한.. 1년 가까이 한 것 같습니다.
고민은 사실 작년 초부터 시작했고 고민을 시작했던 시점에는 "다른일을 해야지!" 라기보다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고민 기간이 길어졌던 이유는 재직했던 회사가 너무 좋았고, 임원분들이나 주변에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도 정말 좋았었고 편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사업 초창기부터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우도 해주셨고 제 바로 위에 이사님이 제가 알게 모르게 챙겨주시는 부분들도 많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제 한 순간의 선택으로 좋은 기회를 날리는 것 일수도 있다 보니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사 내의 어떤 역할을 하는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위에서 말한 일이 생기고 나서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결정하게된 결정적 요인
더 늦으면 시도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였습니다.
아무래도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직업을 변경하는 것이다 보니 내 몸의 컨디션이 더 나빠지기 전에 도전을 해봐야할 것 같았습니다. 현장직인데 더 나이가 들어서 도전하려고 하면 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팀이 개편되는 시기에 제가 팀장 자리 제의를 받았고 만약 팀장이 되고 나서 퇴사를 한다면 회사에 더 많은 피해를 줄 것 같아서 더 깊고 빠르게 결정 했던 것 같습니다.
결정 후 감정
제일 먼저 이사님에게 고민내용을 먼저 말씀드렸고, 1~2주 뒤에 도전 해보겠다고 전달 드렸습니다.
이사님은 그 자리에서 현실적인 조언과 이사님 개인적으로는 "헛생각 하지말고 일이나 해." 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응원해주신다고 말씀해주셨고, 진심으로 제가 잘 됬으면 좋겠다고도 말씀 해주셨습니다.
이사님에게 1~2주 전에 먼저 고민을 말씀드렸을 때 결정되고 나서 대표님에게 말씀드리면 좋겠다, 괜히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지는 것 같다 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말을 지켜주셔서 오히려 대표님이 결정된 후에 전달받으셨을 때 화를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저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대표님도 전달 받은 바로 그 날 카페에 가서 저의 필요성과 대표님의 의사를 잘 풀어서 얘기해주셨고 그 당시 저의 결정이 확고했었기 때문에 대표님은 어느 정도 얘기하시다가 저를 응원해주셨습니다. 주변에 같은 인테리어 업을 하시는 분들의 사례를 얘기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장님도 당일날 전달 받으시고 바로 카페로 같이 향했습니다. 과장님과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를 많이 얘기했었고 서로의 고충을 공유하는 친구같은 사이였는데 먼저 얘기 안해줘서 섭섭하기도 하고 떠난다니 슬프다 했습니다. 과장님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했기 때문에 얘기할 때에 항상 재미있었고 그래서 더 아쉬웠습니다.
퇴사 감정
당일날에도 저는 다른 남아있는 분들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조용히 문서 작업을 했습니다.
회사의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슬프기도 하고 더 이상 여기에 내 자리가 없다는게 이상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거의 10년 가까이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졸업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시원한 것도 있고, 섭섭한 것도 있고, 앞으로는 그리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퇴근을 하고 장문의 카톡을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회사는 잘 되길 항상 응원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회사의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이미 제 블로그가 회사에 여러 사람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읽으시고 다 전하지 못한 제 마음이 어땠는지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글감이라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