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로그 - 나는 멍청이 인가?
2024. 7. 22.
일자: 2024.07.22. 월요일
현장위치: 육군사관학교 주방
오늘도 어김없이 깨진 하루다
타일 조공도 쉽지가 않다. 계속 설명 듣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계속한다. 특히 타일 재단하기 위해서 길이 표시 할 때.
나는 붙이는 방향으로 표시를 했다가
왜 그렇게 해, 편하게 해. 줘 봐
하고는 사장님은 이리저리 뒤집으며 표시하더니, 맞지?
보니까 맞다. 근데 내가 그렇게 잴려고 하니까 안된다..
재려고 타일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뒤집어 보는데 내 머릿속은 물음표만 늘어난다. 그러고 있으면 사장님이 또 와서
뭐, 왜, 이렇게 하면 되잖아
ㅋㅋㅋ 해주시고 나면 이해가 되는데 정작 내가 하려고하면 안된다. 멍청이가 되는 기분이다. 간단한데 왜 이해가 안되는지. 미치겠다 ㅋㅋ 집에가서 종이로 타일 사이즈만큼 잘라서 연습해봐야겠다..
그리고 타일을 붙이기 전에 본드를 바르는 과정이 있다. 그게 내가 바르면 이상하게 똥이 나오고 사장님이 바르면 엄청 깔끔하고 고르게 홈이 파인다. 본드 바르기가 무섭다 ㅋㅋㅋ 내가 바르고 타일을 붙이면 타일의 평탄이 전혀 안맞는다 허허.. 사장님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주 엉망이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됬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일하다가 보니 점심시간이랜다. 그 말을 들으니 배가 고프긴 하다. 저번주 토요일 처음 육사 현장에 왔을 때에는 주말이라 간부식당을 열지 않아 행정안내센터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돈가스를 먹었다. 오늘은 간부식당을 여니 그쪽으로 갔다. 돈가스는 7천원이었는데 간부식당은 6천원에 급식같은 느낌이다.
막상 받아보니 군대에서 먹었던 짬밥 같다 ㅎㅎ .. 입맛이 별로 없어서 많이는 안먹고 대충 배 채울 정도로만 먹었다. 사장님은 더 적게 먹었다 ㅋㅋ. 맞은편 앉으신 소장님이 사장님보고 오전에 일 안하고 놀았냐고 ㅋㅋ
그리고 가끔 벽에 미장이 엉망으로 되어 있어서 원장으로는 안붙는 벽에 있다. 이럴 때 사장님은 원장을 잘라서 넣으신다. 이렇게 붙여도 되는건가? 그 자른 모양새가 마치 일반인이 보면 깨진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준이다. 흐음.. 이게 맞나..? ㅋㅋ
그러다가 가나방(기준장) 위에 상부장을 전부 잘라내야 하는데 사장님이 미리 장수 맞춰서 잘라놓은걸 내가 쓰다가 남은걸 바닥쪽 나라시(경사) 타일 재단하는데 쓰려다가 호되게 혼났다.
그거 내가 상부에 장수 맞춰서 잘라놓은거 아니야? 너 삼식이냐?
아무튼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무거운 짐을 옮기고 힘을 많이 쓰고 많이 이동해서 힘들었다면 육사 현장 오고나서는 무거운 건 별로 안옮기고 (심지어 첫날은 곰방 반장님이 다 옮겨주시고 타일도 까주셔서 딱히 나는 무거운걸 옮길 일이 별로 없었다.)
본드 바르는 것과 타일 재단 및 붙이기 그리고 그라인더로 타공이나 재단하는 작업을 하는데 너무 정신없다. 몇몇 작업은 확신이 생겼는데 몇몇 작업은 확신도 없고 이게 잘하고 있는건지 잘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하면 사장님이 오며 가다 확인하시고 잘못되어있으면 한마디 해주신다. 한마디 해주시는게 정말 감사하다.
가끔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사장님이 가르쳐주시려고 하는 것이고 또 사소한것도 다 알려주시니까 나는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 사장님이랑 둘이 일하면 뭐든 경험할 기회가 많아서 좋다. 물론 일을 더 늦게까지 하지만 어쨌든 사장님 마인드로 일을 배울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인 것 같다.
집에가자!
타일에 본드가 묻으면 메지 작업할 때 다 정리해줘야해서 애초에 붙일 때 본드가 안 묻게 작업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은 본드 바른 후 타일 붙일때에는 장갑을 끼지 마라고 하신다. 장갑을 끼면 둔해지고 장갑에 본드가 묻은줄 모르고 타일을 붙이다보면 어느새 타일에 본드가 덕지덕지 붙어서 메지 넣을 때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손 씻을 때 물에 적셔서 장갑이나 수세미로 벅벅 닦으면 잘 닦여서 점심 먹으러 가기 전이나 집 갈때 벅벅 닦아주고 가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다만 작업할 때는 손을 버려야 한다 ㅎㅎ.
그렇게 손을 닦고 오늘의 현장도 아웃 한다.
내일도 와야 하니 공구는 대충 던져두고 왔다. 본드 발랐던 고데랑 타일고데(압착고데, 톱니고데)는 빈 본드 통에
물 받아서 담궈놨다. 내일 와서 꺼내서 닦아놔야지..